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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풀어 본 성범죄

dooitsurvey 2012. 12. 4. 15:14


[파퓰러 사이언스 보도자료]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성범죄들이 잇따르고 있다. '나라가 어찌되려고 이러는지'하는 장탄식이 자연스레 터져 나올 지경이다. 성범죄만큼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범죄도 없지만 우리나라의 성범죄 재범률은 최대 60%에 이른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아마도 그 첫 단계는 성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을 것이다. 과연 과학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하고 있을까.

 

2012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핫이슈가 성범죄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올해에만 통영 초등생 살인 사건, 인천 임산부 성폭행 사건, 중곡동 주부 성폭행 살인 사건, 그리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오원춘 수원 살인 사건과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성폭행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성범죄무방비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로 인해 호신용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성폭력범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아예 물리적 거세를 시행하자는 법안을 발의,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있는 듯한 모습이다. 성범죄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물음이 그것이다. 모든 문제는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나온 무수한 대책들이 사후약방문, 그나마도 효과 없는 사후약방문이 된 것도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1970년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니콜라스 그로스와 진 번바움 박사는 성범죄자의 근본적 범행동기를 파악, 효과적인 치료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500건이 넘는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성범죄도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해자의 다양한 동기에 의해 벌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의 연구를 토대로 쓴 1979년작 '강간한 남자들: 가해자의 심리(Men Who Rape: The Psychology of the Offender)'에서 이들은 성범죄자의 가장 큰 범행 동기를 크게 분노, 권력 지향, 가학성이라는 3가지로 범주로 분류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노형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굴욕을 주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며, 부상을 입히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이런 부류의 가해자는 대부분 성범죄에 필요한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물리적 폭력을 피해자에게 가한다고 한다. 또한 범죄과정에서 언어폭력을 수반한다. 그들에게 성범죄는 피해자를 더럽히는 수단이자 궁극적 분노의 표시라는 게 그로스와 번바움 박사의 판단이다.


권력지향형 성범죄자의 경우 평소 생활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감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의 범죄 동기는 세상을 지배·통제하고 싶은 잠재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자신보다 약한 피해자를 외부 세계의 대표자로 인식하고, 힘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이 유형은 주로 언어와 흉기를 이용한 협박에 의존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리적 폭력은 피해자를 굴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 머문다. 특히 권력지향형 성범죄자는 성적 행위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경향이 많다. 일례로 피해자가 처음에는 반항하지만 일단 제압당하고 나면 성범죄 상황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나중에 또 만나줄 것을 요구하는,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성범죄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자신만의 환상에 빠져있는 만큼 피해자의 반응에 실망할 수 밖에 없어 환상에 부합하는 상대를 만날 때까지 반복적이고 강박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며, 단시간 내 여러 차례의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마지막 가학형은 분노형과 권력지향형의 교집합 같은 유형이다. 이들은 성을 분노의 분출구인 동시에 권력 획득의 도구로 여기며 피해자의 고통에 성적 자극을 느낀다. 때문에 강도 높은 변태적 가혹행위를 오랜 시간 가하는 경우가 많고, 사전계획을 거친 고의적 범죄의 비율이 높다. 또한 성매매 여성 등 가해자의 기준에서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 되는데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으로 궁극의 만족을 얻기 때문에 살인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 같은 분석은 성범죄를 여성에 대한 지배욕구로 보는 고전적 관점을 많은 부분 대변하는 것으로서 범행동기를 나름의 심리학적 기준으로 구분, 유형별 양상을 이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실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등 성급한 일반화는 피해야겠지만 '인간의 탈을 쓴 늑대'의 소행으로만 치부했던 성범죄에 처음으로 과학적 메스를 들이댄 시도라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 이후 성범죄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뤄졌고,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성범죄자가 될 개연성이 높은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르도록 촉발하는 환경조건들도 어느 정도 체계화됐다. 결론적으로 그 조건은 개인적, 집단적, 사회적 요소가 모두 망라된다. 우선 피해자와 알고 있을 때 범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거지의 위치와 구조, 가족과의 동거 여부 등 많은 정보를 인지하고 있는 대상일수록 완전범죄를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성범죄가 면식범의 소행인 것이 그 방증이다.


술과 약물(마약)의 섭취도 범행을 촉발할 수 있다. 익히 예상되듯 자제력과 판단력 저하가 그 이유다. 다만 최근에는 술이 유발하는 자제력 저하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높아졌다. 이는 무조건적인 반응이 아니며 사회적 관습이나 학습, 개인의 습관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사회인류학적 판단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우리나라 경찰이 얼마 전부터 주취자가 일으킨 사고를 폭력으로 단정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심리학적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요약하자면 성범죄자들은 여성의 의사표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잘못 이해하기 십상이며 강압적 성관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다. 여성을 적대시하고, 과장된 남성성을 추구하며, 반사회적·충동적 성향도 강하다. 또한 이성과의 친밀한 감정교류에 익숙지 않고, 다수의 성 파트너를 두는 것을 선호하는 특징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의 기본적인 심리상태, 그중에서도 분노와 지배 욕구는 인종차별처럼 자신과 다른 국가나 인종, 사회계층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와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범행도구가 총이나 칼이 아닌 남성의 성기이고, 공격대상이 여성이라는 점만 다르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해자의 성장배경과 가정환경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는 자신의 자녀에게 동일한 학대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률적으로 5명 중 1명, 즉 무려 20%나 된다. 또한 성범죄자 중 다수는 어렸을 때 학대를 당했거나 부모의 이혼 및 가출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인 조건 뿐 아니라 사회적 조건도 성범죄 발생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조건은 경제적 빈곤이다. 실제로도 성범죄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경제적으로 빈곤한 경우가 많다. 가해자는 충분한 자아실현과 사회적 성공을 거둘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불만을 성범죄로 풀려고 하고, 피해자는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치안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거주하다가 이들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덧붙여 범행을 마음먹은 당시의 물리적 상황도 영향을 준다. 성범죄자들은 보통 타인에 의해 범행을 저지당할 수 있는 야외를 선호하지 않으며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주거지다.


일부 학자들은 포르노그래피, 스트립쇼, 성매매 등의 성 산업과 성범죄간의 연관성이 있음을 주장하기도 한다. 성 산업이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전락시켜, 얼마든지 '이용' 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지난 2010년 1월 아이티 지진 당시 피난민 수용소 내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빈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국가의 치안능력이 중요하며 성범죄 처벌 수위, 사회적 도덕관념 등도 성범죄의 실행을 부추길 수 있는 잠재 요인들의 하나다.


이와 관련 진화심리학에서는 성범죄를 일종의 종족 보존 본능으로 해석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를 진화적 관점에서 풀이하는 학문으로 난해한 인간 심리를 객관적·과학적으로 풀이한다는 찬사와 더불어 인간의 사회성을 무시하고 동물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면서 약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비난이 공존하고 있다. 인간의 진화과정이 100%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진화심리학은 태생적 오류를 안고 있지만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이 분야에서 성범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랜디 손힐과 인류학자 크레이그 파머가 출간한 '강간의 자연사: 강제적 성행위의 생물학적 기반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es of Sexual Coercion)'은 성범죄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엄청난 분노와 항의가 쏟아졌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성범죄를 여성을 지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인식하고, 그로스 박사 등이 정립한 기존 학설을 부정했다. 그들은성범죄를 번식과 진화를 위한 생존전략으로 바라봤다. 더 나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단순했다. 오리와 거위, 돌고래, 심지어 유인원인 침팬지와 오랑우탄 등을 관찰 해봤더니 인간의 강간과 유사한 형태의 강제적 성행위가 벌어진다는 것. 몇몇 동물들의 강제적 성행위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들은 기존 동물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즉 교미 경쟁에서 패배한 약자 수컷이 행하는 동물들의 강제적 성행위와 인간의 그것이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두 학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임기의 여성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고, 여러 문화권에서 성범죄를 여성 개인에 대한 범죄가 아닌 가문이나 남편에 대한 범죄로 간주한다는 점,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유한 남성은 강압적 성관계를 요구해도 보복당할 위험이 적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주장의 면면을 보면 책이 출간된 즉시 성범죄를 정당화 한다며 극렬한 비난이 쏟아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자연 현상은 인간의 도덕적 가치판단을 뛰어넘어 벌어진다는 논리로 맞섰다. 태풍, 해일, 지진, 난치병은 인간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 현상이지만, 이들의 원인을 연구한다고 자연재해의 발생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힐과 파머는 이 같은 자신들의 분석에 기반해 남녀 간의 사회적 장벽을 줄이고, 이성 간의 만남과 교제가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성범죄 예방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하면 짝짓기 경쟁에서 실패한 남성들도 성범죄와 같은 일탈이 아닌, 떳떳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특히 두 사람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성범죄를 바라보면 가해자가 성을 범행도구로 사용한 이유, 피해자가 느낀 감정적 충격, 피해자의 남편과 가족의 죄의식 등 기존 이론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설명할 수 있어 재활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를 부정하는 학자들은 성범죄의 동기가 성과 관련이 없다는 부분에 치명적 허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필요 이상의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것이나 의도적인 가혹행위 및 살해 행위를 전혀 설명할 수 없다는 점도 집중 공략 대상이다. 종합해보면 성범죄의 동기와 성범죄를 실행시키는 개인적·사회적 조건은 매우 다면적이다. 그래서 여전히 확고한 정론은 세워진 바가 없다.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의 성범죄 예방 효과를 놓고 아직까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정답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 사태에 대해 침묵하며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무조건 분노에 찬 감정적 대응을 하기 보다는 이번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그 어떤 국가보다 확고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성범죄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 그것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소망일 테니 말이다.

 

 

 

 

물리적 거세 70% 찬성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성범죄자 물리적 거세 법안 발의와 관련해 온라인리서치기업 두잇서베이가 9월 6일과 7일 양일간 누리꾼 4,6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8%가 재발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의 물리적 거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모르겠다는 응답이 15%였고, 반대 의견은 단 9.1%에 불과했다. 이는 19세 미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 찬성 비율 72.9%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 벌어진 오원춘 수원 살인 사건과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의 신원을 열람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3.1%만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어디서 어떻게 확인하는지도 모른다는 응답자도 26.4%나 돼 이미 실행 중인 예방조치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http://popsci.hankooki.com/popsci_news/view.php?news1_id=8672&ca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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