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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신조어 공부 안하면 틀딱인가요

dooitsurvey 2020. 2. 6. 16:10

100년전부터 신조어…10개 중 7개 ‘사멸’
트렌디하다’ 평가에 소통 단절 지적까지

“선배, 저는 회개리카노요”

직장인 한모씨(31·여)는 며칠 전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후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당황했다. “회개리카노가 뭐냐”고 묻자 후배는 “얼죽아, 아바라, 회개리카노 몰라요?”라며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얼죽아와 아바라는 각각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뜻한다. 회개리카노는 ‘과식한 것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이다. 모두 신조어로 통한다.

‘줄임말’ 신조어 급증… 사회 반영하기도

신조어를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신조어는 젊은층 중심으로 퍼지기 때문에 모르면 대화할 때 불편함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까지 놓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신조어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세대는 늘 있었기 때문이다. 신조어는 매 순간 생기고 자취를 감춘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방가방가’, ‘하이루’, ‘안습’, ‘즐’ 등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2005~2006년 사용됐던 신조어 938개 중 10년 뒤인 2015년까지 총 20회 이상, 연평균 1회 이상 매체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단어는 250개(26.6%)에 불과했다. 신조어 10개 중 7개는 10년 안에 소멸한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이 확대되며 의미를 전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줄임말’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겼다. ‘별다줄’(별 것을 다 줄인다의 줄임말)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한국인의 줄임말 사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줄임말 신조어는 100년 전에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1920년대 사전에는 ‘모뽀’(모던보이의 줄임말) 와 ‘모껄’(모던 걸의 줄임말)이란 단어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신여자’라는 신조어를 표제로 내세운 잡지도 창간됐다. ‘사회를 개조하려면 여자가 달라져야한다’는 의미를 지닌 신여자는 여러 세대를 거쳐 ‘신여성’이란 신조어로 바뀌었다.

김문규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언어는 시대의 문화나 가치관이 담겨져 있어 계속 변하고 있다”며 “신조어는 세태의 변화를 반영하는 장점이 있지만 언어의 규칙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뿐 아니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성인 5명 중 3명 이상은 신조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신조어의 남용은 한글 문법을 파괴하거나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를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신조어, 예의없다”… 인사 담당자 ‘부정적’

과도한 신조어는 전 세대에 걸쳐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설문조사업체 두잇서베이가 지난해 10월 회원 3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조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응답자가 전체의 64.8%에 달했다. 신조어 사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신조어가 한글을 파괴한다고 생각해서’(39.8%)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세대차이가 생기기 때문(22.3%)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해서(17.1%)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부정적인 입장(5.2%) 등의 순이었다.

신조어 뜻 대부분을 모르는 기성세대의 경우 젊은 세대보다 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김 모씨(57·남)는 “나의 신조어는 ‘깜놀’(깜짝 놀랬다)에 멈춰있는 것 같다”며 “어린 직원들이나 자녀와 대화하다 보면 세대차이를 느끼거나 소외감을 느낀다”고 푸념했다.

연령대를 교차 분석한 결과 신조어를 긍정적으로 인식한 세대는 20대(49.5%)와 30대(34.2%)인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세대는 60대 이상(76.8%)과 40대(70.6%), 50대(66.6%) 등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일까.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신조어나 줄임말을 쓴 자기소개서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람인이 지난해 10월 기업 인사담당자 2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9%가 신조어나 줄임말을 쓴 자소서에 대해 ‘예의가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성의가 없어 보인다(38.5%) ▲신뢰가 가지 않는다(29.2%)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12.5%)는 등의 순이었다. ‘기발해 보인다’(6.3%), ‘트렌디해 보인다’(3.1%) 등의 긍정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실제 관련한 부정적 평가도 많았다. 절반 가량(50.7%)은 ‘문맥과 맞지 않거나 과도할 경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41.3%였으며 ‘평가에는 영향 없다’는 답변은 8%에 그쳤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선 ‘비즈니스 매너와 예의가 부족해 보여서’라는 답변이 79.7%(복수응답)로 절대 다수였다. 이어 ▲근무 시 정확한 의사 전달이 어려울 것 같아서(18.4%) ▲상황판단 능력 및 대처 능력이 부족해 보여서(14%) ▲자기소개서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11.1%) 등의 순이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고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긍정적 평가와 언어파괴와 소통 단절 지적까지, 신조어를 빠르게 흡수하지 못하면 자괴감이 들고 세대차이를 따라잡기 위해 관련 학습을 실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건국대학교는 지난해 4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조어 강좌를 개설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신조어는 특정 집단에만 속해있지 않고 일반인에게 널리 쓰이고 저항감 없이 널리 쓰인다면 의사소통 도구로 제격”이라며 “의사소통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기성세대가 신조어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8호(2019년 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기자 ar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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