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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43) 가장이 들어주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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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43) 가장이 들어주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dooitsurvey 2017. 5. 10. 11:24

자녀들과 대화를 원만히 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말하지 말고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가족들과 대화를 잘 하는 방법이다. 자녀들은 어려운 문제가 없더라도 부모들과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름에 걸맞게 가정과 관계된 날이 많이 모여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까지 5월에 있다. 중년의 가장은 가족의 달이 제일 바쁘다. 노년의 부모는 어버이날을 맞아 정성껏 모셔야 하고, 어린 자녀들과는 어린이날에 함께 시간을 즐겁게 보내줘야 한다. 이렇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다면 5월만큼 행복한 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례적인 행사에만 그치고 경제적인 손실만 본다면 안타까운 달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문화는 가정을 중시한다. 가정을 중시하면서도 막상 가족 간에 대화는 적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여러 가족이 함께 야외에 나가 모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들은 아버지들끼리 소주를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어머니들은 어머니들끼리 모여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들을 한다. 자녀들은 각자 알아서 놀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담소를 즐기거나 함께 공통의 놀이를 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중년의 가장, 가정에서 심리적 단절 느껴


가정의 달을 앞두고 인크루트와 두잇서베이가 148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가 가족 간의 대화가 가족의 화목함에 영향을 끼친다고 대답했다. 구태여 설문조사의 결과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가족 간에 원만한 대화가 잘 되는 집이 화목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왜 가족 간에 대화가 어렵기만 한 것일까? 더구나 회사에서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하는 아버지들도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을 모른 척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게임이나 TV에 몰두하곤 한다. 이들도 가족 간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친지들의 가정을 방문하면 간혹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가훈을 거실에서 볼 수 있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화목한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 전통적으로 우리는 갈등이 없는 것이 화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집이 화목한 집이라 여겼다. 그리고 가족들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이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한 목소리’는 어떻게 결정될까? 그것은 당연히 가장인 아버지나 남편의 목소리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서열문화에서 아버지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낸다는 것은 불효이다. 자식은 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할 뿐이었다. 부부관계에서도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전통이 있기에 남편의 의견에 부인이 토를 달 수 없다. 무조건 따르는 것이 미덕이고, 가정의 화목을 지키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여자는 무조건 참아야 했다. 이렇게 서열의식이 강하고 순종이 미덕인 문화에서는 가족 간에 대화가 이루어지기가 사실상 어렵다. 대화란 기본적으로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그렇지 않은 조건에서의 대화는 명령을 위장한 것에 불과하다. 일사불란한 수직적 문화에서는 다만 명령과 복종만이 미덕일 뿐이다. ‘엄부자모(嚴父慈母)’를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가정에서 무서운 아버지와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자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중년들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편하게 대화를 한 경험이 거의 없이 성장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아버지와 함께 놀이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기껏해야 어머니를 통해서만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전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항상 엄하고 무섭고 멀리 있는 분이었다. 가족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기척만 나면 벌써 자기 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가족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만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자녀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고, 실제로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되거나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가족 구성원들이 다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지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바뀐 것이다. 아직도 가장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거나 자신의 권위를 내세운다면 ‘꼰대’라고 매도당하면서 집에서도 왕따당하기 일쑤다. 바쁜 일상으로 내몰린 중년의 가장들은 물질적으로는 전 세대에 비해 풍요로울지 모르지만 가족이나 친구 등 인적 환경으로부터 심리적 단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 간 대화 단절은 서로 간의 공감대를 약화시켜 정서적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판소리 고수가 ‘얼씨구’ 추임새 넣듯이


가족들과 대화하기 어려운 중년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직장 동료들하고는 일이라는 공통의 주제가 있기 때문에 쉽게 말을 할 수 있는데 가족들과는 공통의 화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 하는 일과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가족 간에는 공통의 화제가 별로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과는 학교 성적 등 공적인 사항을 확인하는 대화를 주로 하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 명심하면 의외로 가족들과 쉽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사실 자녀들은 부모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예상 외로 부모와 제일 먼저 상의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모보다는 친구들과 의논한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대화를 원만히 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말하지 말고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가족들과 대화를 잘 하는 방법이다. 자녀들은 어려운 문제가 없더라도 부모들과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다만 부모가 들어주지 않아 못하는 것뿐이다. 그냥 들어만 주면 어린 자녀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부모와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부모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처럼 자녀들을 신나게 하는 것은 없다.


사실 부모와 놀기를 좋아하는 것도 놀이 그 자체도 재미있지만 부모와 놀이를 통해 하나가 됐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비단 자녀뿐만 아니라 부부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부인은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간의 사랑을 확인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나이 드신 부모님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야기를 성인이 된 자녀들이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듣는 것은 아무 이야기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쑥스럽거나 어색해서 결국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듣는 것은 상대방이 계속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맞장구는 ‘상대의 말에 호응하는 것’이다. 마치 판소리의 고수가 ‘얼씨구’ 하고 추임새를 넣어 명창이 지치지 않고 소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고수는 자기의 소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명창에게 계속 소리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줄 뿐이다.


가족 간의 대화는 학자들 간의 토론과는 다르다. 가족 간의 대화는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자신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꺼낼 수 있다. 남에게 못한 이야기를 가족에게는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족 간의 유대감이 깊어진다. 가족 모두가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할 때 행복해진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syhan@korea.ac.kr>


관련링크1

주간경향: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33&aid=0000035037


관련링크2

금강일보: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7798

아크로팬: http://www.acrofan.com/ko-kr/detail.php?number=44203&thread=AC08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read.php3?aid=149351195756440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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